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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홍의 <우아한 집착>
An elegant obsession
2026. 4. 3. ~ 4.28.
별★난 작가의 별★난 이야기_이상홍의 <우아한 집착>
박은희 (비아아트 대표)
이상홍 작가를 처음 만난 건 2017년 제주아트페어 ‘예술가와 여관’ 서울 설명회 자리였다. 사전에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들에게 제주아트페어의 취지와 진행될 상황을 설명하는 시간 중간쯤, 질문이
있다면서 손을 번쩍
든 작가. “취지는 이미 보내주신 자료를 보고 잘 알겠고요, 어떤 지원을 해주나요?” 순간,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당황스러웠지만 현실적인 작가 fee와 지원책으로 설명회를 얼른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여름, 제주아트페어 공간을 둘러본다고 제주에 온 이상홍 작가. 제주아트페어 공간인 샛물골 여관길의 여러 전시 공간을 둘러본 뒤 대동호텔 5층 휴게실에서 ‘낭만적 해프닝’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한다.
이 공간은
거의 정사각형의 휴게 공간으로 중앙에 테이블과 의자 2개가 마주하고 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아트페어인데,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 예약으로 관람객이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난
후에 그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서 보내주는 프로젝트였다. 서로 이어간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시간 동안의 분위기와 감정을 담은 작품을 대화 상대자에게 직접 보내겠다는 퍼포먼스였다. 흥미로운 생각이라
여기며 흔쾌히
진행하자고 했고, 다행히도 작품 판매는 정말로 이루어졌다. 그것도 여러 명에게. 하지만 주최 측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이뤄졌는지 어떤 창작물이 나왔는지는 모른다는 것이 아쉬웠다. 한 번 무대에 올려지면,
그 순간 그
공간에서 벌어진 only one-time performance였다. 참석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수밖에….
이후 2019년부터 이 작가는 제주 샛물골 마당집에서 봄과 가을을 지내며 <이작가와끼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작가와끼니>는 ‘낭만적 해프닝’의 공간적, 시간적 한계를 넘어선 확장된 출구였다. 먹고
사는 데에
중요한 한 끼를 원도심에서 장사를 하거나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이상홍 셰프’표 김밥, 떡볶이 등을 직접 조리하여 가게로 배달하고 마당집으로 초대하면서 맛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었다.
그러면서 이 작가는
원도심 샛물골과 칠성로에 스며들고 있었다.
‘낭만적 해프닝’과 ‘이작가와끼니’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것은 작가의 연극에 대한 애정과 연극배우의 경력이 한몫했다고 보인다. 2011년 서울에서 2인 극단 두비춤 창단에 이바지했고, 이 극단에서
기획, 창작한
연극에 배우로 참여했다. 지금은 제주에 거주하고 있어서 배우 활동은 잠시 멈추고 있지만, 이 작가는 ‘희곡 읽기’ 프로젝트를 제주 지역의 여러 공간에서 이어가고 있다. 시각 예술가가 종합예술인
연극 장르와
접목하면서 예술의 확장을 통해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다가가고 있다. 예술과 삶의 경계를 모호하게 무너뜨리면서 이 작가는 제주라는 무대에서 자신의 삶 속에 무한한 예술
세계를 펼쳐내고
있다. 때론 고통스럽고 불안하겠지만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는 자세로 이제 제주에서 십 년이라는 시간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 <우아한 집착>은 이런 작가의 사고와 실천 철학을 시각예술로 완성한 전시다. 작년부터 쿠바 시가(cigar) 빈 상자를 수집하면서 이 상자 안에 작가의 소중하고도 사적인 수집품을 마치 미니
연극무대처럼
펼쳐 놓았다. 관람객은 비아아트 전시장에 들어서면 사방 벽면에서 쏟아내는 이야기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마법의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시가 상자 안에는 익숙한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여러 조형물로
등장하고, 그
시가 박스의 펼쳐진 뚜껑 안쪽에는 평면 작업이 연결된다. 그리고 여러 박스 사이 사이에 ‘별세우기’ 조형물이나 선(line)과 별을 주제로 한 평면 작업이 선보인다. 마치 연극의 1막 다음
2막이 흐르듯
유연한 조형 작품이 하나의 ‘우아한 집착’ 작품으로 놓여있다. 화이트큐브 안에 한가득 차 있다. 상자 안에 또 다른 조형 상자가 가득한 채로 말이다.
작가는 수집품 오브제에 대해서 버릴 수 없어서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마도 더없이 귀한 개인의 기억과 이야기일 것이다. 어릴 적 ‘참 잘했어요.’ 라고 칭찬받았던 별들과
이별하면서, 깨달은 삶에
대한 성찰이 작가의 우아한 집착이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집착은 일반적으로 불안의 요소와 함께 나온다. 불길한 불안이 아닌 우아한 집착으로 작업을 한 작가의 태도와 방식에 대해 주목해
본다면, 이 작가는
온전하게 삶과 예술을 붙잡고 있다고 본다. 매해 4월이면 제주에는 4.3 추모제와 관련된 예술로 섬이 뒤덮인다. 당연한 일이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다양하고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천착하는 작가에게도
주목해 볼 일이다. 예술의 고유성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다채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매해 4월에도 제주 땅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선을 긋고 나누는 것이 아닌 서로 품고 더
나은 작업으로
창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격려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화두를 던져본다. 전시장 지하에 선보이는 선 그림은 분절이 아니라 이어지고 소통하는 시각언어로 드러난다.
<우아한 집착>에서 “별세우기는 빛나는 것에 대한 찬미가 아닌, 추락하지 않게 붙잡는 노동이다. 나의 우아한 집착은 무엇을 끝까지 놓지 않는지, 무엇 위에 앉아 있는지, 무엇을 계속해서
세우려 하는지를
보여준다. 집착은 과잉이 아닌 지속이다”라고 작가는 독백을 쏟아내고 있다.
이상홍 작가 정보






